헌법재판소는 상식적인가?

외침[言] 2004/10/22 20:19
상식(常識)[명사] 보통 사람으로서 으레 가지고 있을 일반적인 지식이나 판단력.

상식이라는 말을 한자로 풀어 생각하면 '항상 있을 법한 지식' 정도 될 것이다.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을 법한 지식이기에, '상식 없는 사람'은 보통의 경우를 벗어난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과연 '보통 사람'이 존재할까? 누가 자신을 보통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보통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건 통계학자 뿐이다. "전체 인구의 80%는 어떤 지식을 갖고 있고,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20%의 나머지 인구가 '비보통 사람'인 것은 아니다. 개인들은 어떤 판단이냐에 따라 이쪽에 속하기도 하고 저쪽에 속하기도 한다. 즉, 보통 사람의 이상적 모델은 누구와도 닮을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이들의 평균은 아무에게도 특별히 가깝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라는 전체 집단으로서 보통일 수는 있지만, 개인이나 지극히 작은 집단이 "우리는 '보통'이다"라고 선언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재판소에 상식에 따라 판결하기를 요구할 때, 재판소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재판소 자체 내에서 '상식'을 지닌 재판관을 양성할 수도 있고, 배심원을 뽑아서 '보통 사람'의 집단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후자부터 살펴보면, 전체 인구에 비해 지극히 작은 집단인 배심원이 우연히 '보통 사람'을 대표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아주 엄정한 선발 과정을 거친다. 무작위로 뽑아진 사람들을 여러가지로 재어보고, 쌍방이 배심원 후보 몇 명씩을 거부하면서 서로에게 중립적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배심원단을 모집한다. 이 방법에서 중요한 것은, 배심원 개인개인에게 상식 자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신중히 골라진 집단이기에, 개개인은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기만 하여도 전체로서 '보통'과 '상식'을 대변할 수 있게 된다.
전자의 경우, 재판관은 절대로 '보통' 사람의 '상식'을 갖출 수 없다. 대신, 상식을 읽고 상식을 판단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법관은 자신이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판단을 읽는 법을 배운다. 판례는 이전에 있었던 중요한 재판 결과다. 판례에 쓰인 대로 과거에 법이 집행되었기에 판례는 그 자신이 '정의'이며 과거의 상식을 담보한다. 따라서 판례에 기초해 판단한다면, 정확히 상식적인 판단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식에 뒷받침된 판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상식적인 판결을 내렸는가? 아니면 적어도 과거의 상식에 기초한 판결을 내렸는가?
먼저 상식적인 판결이라 함은, 상식을 반영하거나 상식을 조사한 후에 내린 판단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보통' 사람의 판단을 조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식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보기 힘들다. 차라리 국민투표에 준하는 행동이 더 가까울 것이다. 물론 국민투표는 정확한 정보 제공없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상식적일 수 없음에도 그렇다.(예로, 유신헌법을 통과시킨 일이 오래 전이 아니다. 그 때 그 국민이 아직 존재한다.)
그렇다면 상식에 기초한 판결을 내렸는가? 이 점을 생각해보려면, 예전에 '수도 서울'에 대한 어떤 판례가 있는지, 예전에 수도를 이전하려 하였을 때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혹은 관망)을 내렸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70년대에 박정희 정권은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어떤 판결도 없다.
또한, 관습헌법이라는 개념도 지금 처음 등장했다. 관습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관습이 존재하고, 관습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고, 법적 확신에 의하여 지지되어야 한다. 다만 법적 확신의 존재는 불분명한 것이므로 관습법의 존재는 결국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확인된다. 민법 제 1조에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하여 관습법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나, 헌법에서는 '관습'이라는 낱말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판결은 헌법이나 헌법의 적용 판례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은 물론 존재하나 성문헌법이 없는 국가에서만 중요한 의미를 지닐 뿐, 우리나라에서는 보충적 성격으로, 재판관의 판결로서만 의미를 갖는다.
즉, 아무리 좋게 쳐주려고 해도 관습헌법 운운하며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라는 뜻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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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Circle of life 2004/10/22 21:31 DELETE

    Subject: 헌법재판소의 이번 닭짓에 대한 고찰.

    제가 닭띠인 마당에 닭짓이라고 하니 참 이상하긴 합니다만 닭짓이라고 밖에는 달리 순화해서 표현할만한 어휘가 없습니다. 일단 이번 헌재판결의 본질은 일부분들이 착각하시는것 처럼 "신?
  1. 띠용 2004/10/23 19:21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어...
    트랙백 따라왔는데요.
    어떤 의미로 트랙백하신지는 잘 모르겠네요..ㅎㅎㅎ

    아무튼 라임에이드님의 관습법에 관한 이야기 잘봤습니다.^^

  2. 마술피리 2004/10/24 22:1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별내용없는 글을 트랙백 시켜놓으셨군요
    상식이 없는건 정치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국민의 70%) 수도이전을 반대했습니다. 수도이전은 우리돈으로 하는 일이지. 정치인의 비자금으로 하는일이 아닙니다.

  3. 라임에이드 2004/10/27 16:38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마술피리님, 글을 다 지워놓으셨더군요.
    리플은 수정이 불가능하니 리플로 나눈 대화는 남겠지 생각했는데, 안이한 생각이었나 봅니다.
    님이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은 아닌지요? 다시 돌아오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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