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과 엔트로피에 대한 논의

외침[言] 2006/09/07 15:52
요 근래 "'펌'이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므로 옳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여러 블로거들의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서로 엔트로피에 대한 정의가 달라지면서, 그 정의에 따라 입장이 대립되는 것처럼 보인다. 펌과 엔트로피에 대한 글들을 입장 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주의: 위의 글들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려고 했으나, 엔트로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관계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특히 귤님, yong27님의 글 부분은 계속 수정되고 있습니다) 보신 분은 지적해주세요.

리드미님과 김중태님의 글은, 제레미 리프킨이 책 "엔트로피"에서 제시한 개념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열역학적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므로 유용한 에너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그 속도를 제어하지 않는다면 종말을 앞당기는 결과를가져오므로, 우리가 삶 속에서 항상 엔트로피의 관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펌이라는 '무익한' 행위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열역학적)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므로, 리드미님과 김중태님은 펌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글은 삶에 대한글이다. 인터넷이고 펌이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가 중요하기 때문에 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리프킨의 "엔트로피"에 대한 서평 열역학을 벗어나 버린 엔트로피 - 이덕환님 가 반대 관점에서 참고할만 하다. 이덕환님은 리프킨이 엔트로피에서 영감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엔트로피의 개념을 엄밀하게 적용하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yong27님은 정보이론적 엔트로피의 관점에서, 웹에 존재하는 정보의 전체 집합의 엔트로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보이론에서 엔트로피는 "정보량"의 개념이며, 완전히 알고 있는 상태는 엔트로피가 0인 상태, 전혀 모르는 상태는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라고설명한다. 그렇다면, 펌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복사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으며, 총 정보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펌과 엔트로피는 상관이 없다고 결론내린다.

귤님은 글 전체적으로는 열역학적 엔트로피의 관점에서 글을 썼지만, '정보(글)의 종류'라는 의미의 엔트로피의 개념을 등장시킨다. yong27님의 정보이론적 엔트로피와 다른 점은, 정보이론에서는 정보가 최대한 많아야 엔트로피가 낮은 반면에, 귤적(-_-a) 엔트로피에서는 글의 종류가 적거나,글이 골고루 있지 않고 적은 종류의 글이 많아야 엔트로피가 낮다. 아마도 yong27님은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통해 세상이 얼마나 예측가능한가를 정보 엔트로피로 표현했다면, 귤님은 인터넷에 있는 정보가 얼마나 예측가능한가 그 자체를 엔트로피로 표현한 듯 싶다. (첨삭 필요합니다) "펌질을 하면 정보의 종류는 변하지 않지만 글의 비율은 변한다. 누군가 네이버 백과사전에 있는 엔트로피를 다른 곳에 퍼나르면 1:1이던 글의 비율이 2:1로 변한다. 계속 퍼나르면 글의 비율은 100:1, 1000:1이 될테고 엔트로피는 계속감소한다."(본문에서 인용) 더욱 극단적으로, 인터넷 전체가 한 가지 문서로만 되어있다면 엔트로피는 0에 가까울 것이다.(물론 그 문서의 내용은 <html>42</html>일 것이다)

두 개념이 혼동이 된다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물리학 저널이 있고, 10년간 거기에 투고된 논문의 집합을 가지고 정보이론적 엔트로피를 얘기하려고 한다. 이 저널은 당연히 표절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명은 그 논문들이 물리학적 현상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가, 즉 논문들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예측가능한가를 얘기한다. 이 사람은 새로운 논문이 추가될 수록 엔트로피가 낮아진다(=더 많이 알게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 표절 논문이 추가된다 해도, 그로 인해 더 알게 되는 지식이 없으므로 엔트로피는 증가도 감소도 하지 않는다. 반면 다른 사람은 그 저널에 실리는 논문의 내용(내용 중에서도 주제는 같을 수도 있으므로, 결론 정도가 적당하다)이 얼마나 예측가능한가에 관심을 갖는다. 표절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저널에 실린 논문 각각은 여태까지 존재했던 모든 논문들과 다르고, 앞으로 실릴 논문과도 다르다. 따라서 이 사람에게는 엔트로피는 항상 최대일 것이다.

나는 윗 분들의 의견들과는 조금 논점을 달리해서, 펌이 링크보다 열역학적 엔트로피를 많이 증가시키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며, 정보이론적 엔트로피는 오히려 감소시킨다고 생각한다. 밤이 깊은 관계로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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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07 10:52 PERMALINKMODIFY/DELETE REPLY

    귤적 엔트로피(ㅎㅎㅎ)도 정보이론적 엔트로피입니다. 단지 글 자체에 대한 정보를 기준으로 합니다. 웹에 42하나만 있으면 검색해볼 필요도 없이 무슨 글이 있는 알 수 있으니까요.

  2. 도아 2007/10/08 18:3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펌을 엔트로피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었군요. 제 블로그의 링크를 타고 방문했습니다.

    제 블로그에 답글을 달아 주신 분들(http://offree.net/entry/Greetings-Reply )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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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

속삭임[作] 2006/07/31 00:43
몇 년 전, 맥도널드 사가 웹스터 사에 공개서한을 보내 사전에 새로 실리는 ‘맥잡(Mcjob)’이란 말의 뜻풀이에 항의한 적이 있었다. 그 뜻은 ‘저임금 저숙련의 승진 기회가 적은 일자리’였다. 맥도널드는 전세계로 진출해 햄버거를 팔고 있지만, 정작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값싼 밑바닥 일자리 밖에는 얻는 것이 없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었다.

정부는 한미 FTA를 홍보하면서, FTA를 하면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FTA를 체결하면, 수출이 늘어나고 외국인 투자가 증가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따라서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해서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것은, ‘맥잡’의 예를 보아 알듯이 신화에 불과하다. 맥도날드가 들어서면 일자리의 수는 늘어날 지 모르지만, 미래가 없는 저임금 노동자는 ‘일하는 빈곤층’으로 남게 된다. 혹 양극화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경제가 성장하면 절대적인 생활수준은 상승하므로 빈곤층의 생활이 더 나아진다고 반박할 지 모르나,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고 말할 때 한미 FTA에 쏟아질 반대 여론이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FTA의 결과가 예측대로 되어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수출 증대와 외국인 투자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론을 펴고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산업으로는 IT를 들 수 있는데, IT 산업은 생산량이 늘어나도 고용 증가는 미미하다고 한다. 따라서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IT 기업의 이윤이 늘어날 뿐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론스타가 스타타워와 외환은행을 샀을 때, 스타타워의 경비원이 늘어나지도 외환은행 직원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정부가 막연하게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는 그 논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정말 한미 FTA를 추진하고 싶다면, 현실적인 근거 위에서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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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자궁이 있었다

속삭임[作] 2006/07/09 14:17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동생과 어떤 물건을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폭이 20cm에 너비가 30cm 정도 되고, 두께는 적당히 두꺼운 투명하고 꼭지가 뾰족하게 마름된 납작한 크리스털 내지 플라스틱 같은  물질 안에 파란 액체가 담겨있는 물건이었다. 용도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피임 같은, 뭔가 건강보다는 사회적인 뉘앙스를 가진 용도였다. 남자용과 여자용이 있는데, 여자는 이것을 자궁 안에 넣는 것이라 했다.

넣어? 이걸? 이렇게 큰 데 어떻게?

글쎄...넣어봐.

잠깐 고민을 하다가, 먼지가 쌓여가던 마법책을 꺼내 주문을 뒤지기 시작했다(실제 기억나는 모습은 RPG책 -_-). Transportation 주문을 찾아, 그 물건을 내 자궁 속에 넣어버린 것이다. 생각보다는 쉬웠다. 그런데 왠지 뾰족했던 그 모서리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색깔도 파랬는데...
어떻게 찾아보니, 역시나 그건 남자용이었다. 이제 다시 꺼내야 하는데, 아까는 잘 됐던 주문이 지금은 잘 안되더라.

그래서 우선 집 한켠에 있던 X-레이로 정말 그 물체가 내 뱃속에 들어있는지 확인해봤다. 주문이 잘못돼서 다른 곳에 가버렸으면, 빼낼 필요도 없을 테니까. 잘 있었다. 꺼낼 방안을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병원 가서 개복수술을 받는 수 밖에 없지 싶었다. 병원에 가서 의사와 얘기를 해봐도 비슷한 의견을 전해주었다.

이 쯤에서 꿈이 끊겼다.

나는 꿈 속에서 있었던 일을 바로 꿈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편이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 꿈인지 아닌지 생각하기 위해 잠깐 고민해야만 한다. 그래도 이번 꿈은 쉬운 편이었다. 우리 집에는 X-레이가 없다. 여기서 벌써 그 기억이 진짜일 가능성이 아주 줄어드는 데다, 그 물건을 동생과 사용할 리가 없지 싶었다.(이때까지는 용도가 기억이 났다) 거기다 주문이라고? 애초에 뱃속에 들어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잠깐동안 불안해했던 나는 안심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일어나 생각해보니, 가장 근본적인 오류를 잊고있었다. 나는 남자인데. 거기다 꿈 속에서 특별히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지도, 행동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왜 내게 자궁이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못한걸까? 꿈 속의 꿈처럼, 꿈을 반박하는 동안에도 꿈을 꾸고 있어서 떠오르지 않았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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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히 2006/07/09 20:02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재밌는 꿈이네요. 푸하.

    • 라임에이드 2006/07/09 20:54 PERMALINKMODIFY/DELETE

      재밌기도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서는 왜 내가 남자라는 걸 더 빨리 깨닫지 못한걸까 하고 고민했다지요 -_-

  2. 베리히 2006/07/09 22:03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저도 성별이 바뀌는 꿈을 꾸고 그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던 게 더 이상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재밌게 느껴졌나 봅니다. :-) 근데 왜 몰랐을까요. 아직까지도 미스테리네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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